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된 이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의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이 썩 좋은 계절을 뜻하는 한자성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이 되면 새파란 하늘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거리 곳곳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되면 좋은 날씨에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독서의 계절’이라도고 불립니다. 하지만 독서의 계절과는 다르게 통계를 살펴보면 정반대입니다.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조사한 484개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 현황을 보면 도서 대출량이 가장 낮은 달이 바로 9월, 10월, 11월이며, 또한 교보문고에서 밝힌 연간 도서 판매량을 보면 가을 판매량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된 것일까요? 이것에는 몇 가지 속설이 있습니다.

책의 재료 때문이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속설 중에는 책의 재료 때문에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대나무로 만든 죽간에 글을 썼습니다. 그렇기에 책의 재료인 대나무를 구하기 위해 죽순을 키워 대나무가 다 자라는 가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죽간
죽간

“대나무를 거둬들여서 책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을이에요. (가을은) 책이 활발하게 생산되는 계절이기 때문에…”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태우 명예교수

종이의 개발과 산업의 발전으로 언제든지 책이 나올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예전에는 신간을 보려면 가을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되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농경사회의 영향 때문이다?

농사
모내기 중인 농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경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그렇기에 농번기에는 바쁘게 일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지만, 추수가 끝나면 여유가 생기고 곳간도 넉넉해졌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술과 노름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을 술과 노름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독서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선인들이 (술과 노름에 빠질) 이러한 위험성과 개연성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독서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하자…”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태우 명예교수

즉, 가을 독서는 술과 노름 등 유혹의 길로 빠지는 것을 경계했던 우리 선인들의 지혜였다는 것입니다.

호르몬의 영향때문이다?

가을-독서-커피
가을에 독서하기

우리 몸의 중요한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모노아민계 신경 전달 물질로서 감정 행동, 기분, 수면 등의 조절에 기여합니다.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은 햇볕에 있어야만 몸속에서 생성이 됩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세로토닌의 분비도 줄어들어서 차분한 상태, 그러니까 책을 읽기 좋은 상태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위도 한층 꺽이고 신선한 바람도 부는 계절인 만큼 책 읽기에 적당한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잔재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무단통치의 시기로 헌병경찰이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이고, 언론탄압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1919년 3.1운동 이후 무단통치의 한계를 느낀 일본은 문화통치를 실시하였습니다.

독립운동
독립운동

1920년대부터 시작된 문화통치는 출판 자유를 허락했지만 출판되는 책 대부분이 일본어 서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일제 문화에 조선인들을 동화시키는 좋은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제가 가을을 독서주간으로 정하고 대부분의 독서 행사를 가을에 열었습니다. 농사가 바쁜 시기에는 한창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가을에 독서를 권장했던 것입니다.

“일본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독서 운동의 일환이었어요. 그때 일본 역사서 위주로 권장이 되는 것이죠. 일부러 ‘가을은 신량한 바람이 불어오니까 독서하기 좋다.’ 이렇게 위장된 독서 운동으로 시작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태우 명예교수

마치며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된 여러 가지 속설 모두 다 그럴싸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박찬수 사무처장이 “꼭 어느 시기가 독서의 계절이다 이런 거는 의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들한테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 낭만인 계절에 책을 읽자’ 그런 의미에서 독서를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했듯이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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